퇴계 이황의 후손집의 추석 나기
추석은 우리나라 큰 명절 중 하나입니다. 온 국민이 고향으로 이동하고 친척끼리 모처럼 만나서 즐거워 하고, 조상님께 성묘를 드리며 감사하는 날입니다. 우리 가족의 특별한 추석 나기를 소개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댁은 경상북도 안동입니다. ‘안동’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양반’ 이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그 다음 떠오르는 것은 ‘퇴계 이황선생의 도산서원’ 이 떠오를 것이고, 얼마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 일 것입니다.
저는 안동의 상징인 퇴계 이황의 자손입니다. 그래서인지 명절을 보내는 것도 아주 특별합니다.
친구들은 명절때 차례와 성묘만 간단히 다녀온 후 나머지 연휴를 여유있게 즐기며 보내기도 하고 아예 명절을 맞이하여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의 명절은 특별합니다. 형제분들 중 막내이신 저희 할아버지는 명절을 쇠러 큰할아버지댁에 가십니다. 요즘은 사촌들이 만나기도 어려운 시절이라고 하지만 저희 가족은 사촌은 물론 육촌형들까지 만나 추석연휴를 함께 보내게 됩니다.
시골 큰할아버지댁 텃마루에는 전국 각지에서 오신 큰아버지 가족들의 짐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서울에 사는 큰어머니들께서도 미리 오셔서 저희 가족들을 반겨 주십니다. 짐을 내리면 맨 먼저 제일 윗어른이신 큰할아버지께 공손하게 절을 한 후 차례로 어른들께 절을 드립니다. 그리고 나서야 각자의 일로 뿔뿔히 흩어지게 됩니다. 어머니는 바로 앞치마를 매고 주방으로 가서 큰어머니를 돕고 아버지는 오랜만에 만난 큰아버지들과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물론 저는 사촌 이주현과 또 육촌형들과 어울려 즐거운 명절 놀이를 합니다.이런 모든 일들이 명절 하루 전날 이루어집니다. 특별한 것은 명절 전야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음식장만에 힘드신 큰어머니들을 위해 할아버지들과 큰아버지들은 저녁 무렵 마당에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십니다. 고기와 맛있는 음식들을 간단하게 차려 놓고 시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피로를 푸십니다. 큰어머니들과 어머니는 이순간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고기를 구워 서로의 입에 넣어 주며 정을 나누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평상시에 놀이라고는 게임만 하던 우리들도 명절 때는 시골 마당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바로 옆 텃밭에서 밭고랑을 갈아보며 흙장난을 하기도 합니다. 날이 어두워져서 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르면 바베큐 파티는 무르익어 더욱더 흥겨워집니다. 형들이 노래 솜씨를 뽐내기도 하고 우리들이 춤을 추며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기도 합니다. 큰어머니들은 모여서 수다떨기에 바쁘십니다.
이렇게 추석전야제를 보내고 나면 드디어 추석이 됩니다. 저희 집안은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고 모든 제사음식을 박스에 담아 산소에서 차례를 드립니다. 지게에 고기, 과일, 떡, 탕, 생선, 술 등 제사 음식을 지고 산소로 향합니다. 아직도 갓과 도포를 갖추고 예를 지키시는 큰 할아버지는 저희 집안의 제일 어른이십니다. 이렇게 성묘를 끝내고 산에서 내려오면 하루가 다 갑니다. 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유난히 더 커보이는 달을 보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어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셋째 날 서른명이 넘는 대식구의 아침식사가 끝이 나면 뿔뿔히 다시 귀경하는 다른 집과는 달리 우리 가족들은 또 한번의 여행을 떠납니다. 헤어지기가 아쉬워서일까요? 도산서원이나 청량산 자락으로 나들이를 간답니다. 헤어지기가 너무 어려운 우리 집안 어른들 덕분에 다른 친구들처럼 여유있는 연휴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저는 우리 집의 명절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의 우애가 넘치는 우리 가족의 명절, 아주 특별하지요?
이동준 독자 (대구시지초등학교 / 5학년)